[뉴스를 보다]유현준 교수 “녹지 해치는 신도시는 구식”

2021-03-06 12



앵커> 네. 광화문광장, 방금 보신 것처럼 서울의 얼굴이다 보니까 새롭게 바꿀 때마다, 손 댈 때 마다 찬반이 뜨겁습니다. 오늘은 건축가이자 도시전문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를 직접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유현준>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이번에 바꾸는 이유가 기존 광화문 광장이 보행자 중심이 아니었다, 그래서 바꿨다는 건데 결과물 보시니까 어떠세요?

유현준> 일단 기본적으로 차선 숫자를 줄인 것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고요. 근데 이왕 줄일 거였다면 6개 차선을 남기는 것을 3차선, 3차선 양쪽으로 나누는 게 훨씬 좋았을 거다, 생각을 합니다. 심리적으로, 사람들이 3차선까지는 건너가거든요? 저는 그게 무단횡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씀을 드리는데... 3·3으로 나눠야지, 지금처럼 6차선이 한쪽에 있으면 광화문 광장에서 종로구청이 있는 쪽으로, 미 대사관 쪽으로는 또 다른 단절이 생기기 때문에 그렇게 3·3으로 나누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요.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주변에 다양한 가게가 들어올 수 있게 만드는 게 더 필요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예를 들면 경의선 숲길 같은 경우는 옆에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 공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유현준> 네. 맞습니다. 경의선 숲길이 좋은 사례죠. 이번 기회에 사실은 더 좋게 만들 수 있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가게의 개수를 늘렸다면, 또 그곳에서 사람들이 데크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다양한 행동들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을 많이 만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프로그램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도심 속의 빈 공간은 일반적으로 정치적인 용도로밖에 쓰이지 않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현재 바뀐 광화문광장도 용도가 크게 바뀌진 않을 것 같다, 라고 정리를 하겠습니다.
자, 어렵게 모셨으니까 주택공급에 관한 질문을 준비를 했는데요. 일단 신도시 관련해서 한 달 전에 굉장히 예언에 가까운 발언을 하셨습니다. 신도시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LH공사 직원들뿐이다. 이런 사태가 터질 것을 미리 예감을 하신 건가요?

유현준> 일단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토지 보상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그쪽에서 많은 지지를 받게 돼서 재선이 될 가능성이 많아지게 되고요. LH 직원들은 본인들의 일거리는 더 많이 생겨나는 것들이죠. 그리고 부수적으로 뭐 그런저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의 핵심은 거기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저는 LH 사건의 핵심은 공공개발의 핵심은 결국에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공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선한 것만은 아니다. 그게 저는 핵심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악당을 잡으려고 보통 많이 하는데, 악당만 있는 게 아니라 위선자도 있거든요. 악당과 위선자를 구분하는 방식, 이런 것도 예리하게 볼 수 있는 눈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아까 질문에서 신도시에 관해서, 일단 비판적인 시각이 느껴지는데 신도시 정책을 비판하시는 이유는 뭘까요?

유현준> 사실 우리나라는 이미 91%가 도시화가 완성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도시로의 이동은 없는 상태거든요. 이 상태에서 기존에 있는 도시 인프라를 이용해서 밀도를 더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굳이 지금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또 다른 택지를 만드는 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일들은 사실 70년대에 우리가 많은 인구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을 할 때에는 필요했던 일이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그니까 도로를 덮고 그 위에 집을 짓겠다든지, 그린벨트를 풀자든지, 지금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까 그런 도시공약들도 나오고 있거든요. 이런 부분들에서 좀 동의를 하지 못하시는 상황인가요?

유현준>네. 그렇습니다. 저는 기존에 있던 택지를 잘 개발을 하는 것이 더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없었던 도로 위 같은 곳은 환경적으로도 더 안 좋거든요. 진동과 소음, 먼지 이런 것 때문에 실제로 뉴욕에 그렇게 개발한 사례가 있는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천식환자가 많이 늘어나고 또 슬럼화가 될 가능성도 훨씬 더 높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직한 그런 주거환경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기존에 있던 땅들을 더 개발하는 쪽으로 적극적으로 해야 된다고 봅니다.

앵커> 그렇다면 최근에 은마아파트 같은 경우에도 굉장히 오랫동안 재건축이 안 되고 있고 아예 용적률을 획기적으로 풀어서 재건축을 하면 좋은데, 그렇게 되면 또 투기 수요가 붙어서 집값이 더 오를 거다, 이런 시각이 있거든요.

유현준> 네. 사실은 여지껏 우리가 그런 걸 두려워해서 계속해서 억제를 해왔고 그것에 대한 결과가 지난 10년간 저희가 공급이 너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사회는 계속해서 변하죠. 저희는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필요한 가구 수는 늘어나고 있는데, 거기다 플러스 우리가 GNP도 올라가면서 더 좋은 집을 요구하는 수요는 더 늘어났는데 그걸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걸 재건축을 해서 집값이 오르는 효과보다는 재건축을 안 해서 집값이 오르는 효과가 훨씬 크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오히려 강북이나 이런 곳에서 적극적으로, 강남도 마찬가지고. 그런 차별을 둘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계속해서 우리가 업그레이드를 계속 해나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다만 우리가 한 십여 년 전에 했던 몇 천 세대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방법은 좀 재고를 해봐야 한다.

앵커> 그리고 교수님, 최근 인터뷰에서 또 화제가 됐던 것이 정부가 지금 임대주택 위주의 공급정책을 펴고 있지 않습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전 국민을 소작농 만드는 일이다" 다소 공격적인 비판을 하셨습니다. 이건 어떻습니까?

유현준> 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실은 권력이라는 건 누가 더자본을 많이 갖고 있느냐, 인데. 권력은 여러 명이 나눠 가지는 것이 좋은 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자산 역시 여러 명이 나누어서 소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자기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고 그 중산층이 늘어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그게 공동체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가지면서 좋은 사회가 된다고 보는데. 계속해서 특정한, 정부가 됐든, 대기업이 됐든 임대주택 중심의 정책을 펴나가면 소수가 자본을, 권력을 쥐게 되는 사회가 되겠죠.

결국에는 저의 관점에서는. 부동산 문제이다 보니까 저보다 전문가도 많으시겠지만. 제 관점에서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사회의 약자들이 더 피해를 본다고 생각해요. 역사를 보시면 알 수 있는 게 한 시대마다 새로운 공간이 있을 때 사회적 약자들이 기회를 가지는 시대가 열립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도 어떻게 보면 소작농으로 살던, 농부로 사시던 분들이 도시라는 새로운 공간이 생기면서 그곳에 와서 장사를 통해서 돈을 버시고, 또 새로운 부를 축적했고. 90년대에 기존에 있었던 재벌에 눌려서 돈을 벌지 못했던 젊은 세대들이 인터넷 가상공간이라는 게 생김으로 인해서 거기서 새로운 IT 기업들을 만드는 기회들을 가질 수 있었거든요. 우리나라 사회가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것들에 적극적이었던 7~80년대에는 사회 계층의 이동도 많고 기회도 많았다면. 어찌 보면 2000년대에 들어서 우리가 그걸 게을리 했던 거죠. 그것에 대한 성적표를 지금 받고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앵커> 네. 저희도 뉴스를 하면서 집값 위주로 부동산 뉴스를 많이 보도를 하다 보니까 도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어서 오늘 유현준 교수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유현준> 네. 감사합니다.